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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버스의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멍을 때리고(zone out)'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얼핏 보면 멍하니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각기 다른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골똘히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시선을 허공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허공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를 깊숙이 들여다보자. 바깥 세상을 향한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가진 김용희 작가, 내면 세상을 찬찬히 살펴보는 눈동자를 가진 노우찬 작가가 있다. 레이프로젝트서울은 이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ZONE OUT>전을 2023년 11월 9일부터 11월 23일까지 진행한다.

김용희의 작품에서는 일상적인 사물들이 등장해 빙글빙글, 딸깍 딸깍, 이리저리 움직인다. 늘 만지고 사용하는 물건이지만 지금껏 이것들에 주의를 기울여본 적이 있던가? 그는 이런 사물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운 움직임을 부여하기도 한다. 김용희는 작가노트에서 "익숙한 사물이나 움직임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이것을 발견으로 여긴다"라고 밝혔듯, 사물의 구조나 작동 원리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이렇게 발견한 것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이어가 작업으로 구현한다. 불필요한 사물이나 쓸모없는 움직임은 작가의 선택을 받아 새롭게 태어난다.

노우찬의 그림들은 모두가 유년 시절에 익히 그리던 풍경을 닮았다. 아이들의 풍경화는 왜 이렇게 비슷하고 단순하며 왜곡되어 있는 것일까? 미술을 배우며 우리는 대상을 '보이는 대로'묘사하는 법을 익히지만, 어린아이들은 대상이 어떻게 보이는 지를 인식하기 이전에 내가 '아는 대로' 그리기 때문이다. 노우찬은 이것을 가져와 작업에 도입했다. 그림을 그림 자체로 읽히도록 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 유년 시절의 그림을 찾아낸 것이다. 이런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형태들로 구성된 그림은 관람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표면의 질감과 붓의 궤적, 엉키고 쌓인 물감에 집중하게 한다.

두 작가는 "우리는 새로운 이미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다시 주워 담는다" 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영감을 찾으려 시선을 먼 곳으로 돌리기보다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것, 숱하게 보아온 것을 재해석하는 방식을 택한다. 또한 예술에 있어 무엇보다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이는 김용희와 노우찬의 공통된 작업관이다. 어쩌면 이들의 삶에서 작업이란 언제나 덜어내거나 더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있어 왔고 남겨야 하는 것이다. 작가들의 작업실이라는 구역(zone)을 벗어나(out)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지나쳤던 중요한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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